행복은 상대적이다. 승진하면 항상 행복할까
흔히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면 엄청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과연 그럴까? 얼마나 행복할까?
행복은 항상 상대적이다.
지금보다 돈이 2~3배가 되면 행복할 것 같지만 막상 그 만큼의 돈을 벌게 되면 그것보다 더 많은 돈을 꿈꾸게 된다. 사원이나 대리는 과장이나 차장이 되면 지금 보다 더 행복할 것 같지만, 막상 과장, 차장이 되면 부장이 되어야 하고 팀장이 되고 싶어진다.그리고 나면 임원도 되고 싶다. 직장의 꽃이라는 임원이 되면 더 행복하고 성취감을 느낄 것 같다.
우리는 직장에서도 늘 어떤 목적지를 향해 달리지만, 그 목적지가 행복을 위한 종착지는 절대 되지 못한다.

과정 자체가 목적. ‘걷는 사람, 하정우’를 읽으며 느낀 동질감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배우 하정우씨가 쓴 ‘걷는사람, 하정우’라는 책에 보면 서울에서 땅끝 마을까지 걷기 행군을 한 얘기가 나온다. 연말 대종상 시상식에 수상자이자 대상 후보에 올랐을 때 절대 대상을 받을 리 없다고 생각하여 애드립으로 말한 ‘대상을 받으면 걷기 행군 하겠다’는 말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 됐다.
어쩔 수 없이 같이 국토 종단 걷기를 함께 할 동료들을 모아 행군을 시작한다. 엄청 힘든 길이었을 것이다. 십 며칠이 지나 간신히 종착지에 도착했을 때의 느낌을 하정우는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 허망함에 며칠간 집에 틀어박혀 잠만 잤다고 한다. 심지어 국토 종단 동료들과의 뒷풀이에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문득 깨달아졌다고 했다. ‘그 길을 함께 한 동료들과의 그 여정’ 자체가 목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먹먹한 동질감을 느꼈었다.

과정보다 승진과 급여? 뿌듯함? 그 뒤에 공허함?
내가 느낀 동질감은 대기업의 ‘상무’로 임원 승진을 하고 난 후의 나의 느낌이 그것과 비슷했다. 당연히 임원으로 승진하니 그동안 열심히 한 것에 대한 인정과 보상을 받았다는 측면에서 매우 기뻤다. 무엇보다 나보다 더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부모님과 가족들을 보니 스스로 뿌듯했다.
그런데 그 순간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대기업의 임원이 된다는 것은 어떤 권력이나 명예라기보다는 챙겨야할 직원들이 많아지고 책임져야 할 업무가 많아지는 일이다. 물론 승진과 함께 월급도 오르고 차도 나오고 회사에 따라 비서도 생기면서 대외적으로 지위가 생기고 보상도 오른다. 하지만 실제 임원이 되도 나는 나고, 나의 고민은 여전하고, 나의 삶이 바뀌는 것은 많지 않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나는 임원 승진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그 기쁨보다, 그때까지 조직원들과 우리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려고 열심히 노력하며 성취했던 그 순간이 더 값지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여정을 함께 한 나의 직원들과의 시간이 우리에게 멋진 성취의 추억이고 그 동료애가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리더로서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일하는 것
직장이라는 조직에서 우리는 팀으로써 목표를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일한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성취의 기쁨은 잠시고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또 달려간다.
어떤 때는 그렇게 성취한 목표는 어떤 의미일까? 인정? 보상? 급여 인상이나 승진? 물론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받는다면 매우 좋은 일이다. 그런데 어떤 물리적인 보상도 그리 오래 기쁨으로 남지는 않는다.
그런 고민 끝에 나는 우리가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한 시간과 그 과정이 우리에게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달성한 성과와 성취는 우리의 자랑이자 자부심이 되어 있었다. 남들은 잘 몰라도 우리는 아는 그것. 어디에 가서도 떳떳하게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우리가 만든 성과들. 그런 시간과 그 시간 동안 함께한 우리가 가지는 동지애. 그런 것들이 우리에게 남아있었다.
가장 큰 보상, 승진과 보상 그리고 성공 스토리
물론 회사에서는 누구나 인정을 받고 싶고 누구나 급여와 승진으로 보상을 받고 싶어한다. 그리고 안타까운 건 그 보상이 그 과정을 함께 한 모두에게 동시에 함께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모든 노력과 성과는 상대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동일한 성과를 인정받은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함께 팀으로 일했던 직원들은 모두 다 누구 한 사람 빠짐없이 역량이 커졌고, 더 의미있는 일을 하게 되었으며, 그 이후 그 팀에서 일했다는 성과를 바탕으로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해서 인정받았다.
남들이 하지 못한 일을 팀으로 함께 추진하며 성과를 얻는 과정에서 각자 그 안에서 실제 업무를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는 내공과 실력을 쌓게 된 것이다. 모두 자신감을 얻었고 어디가서도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성공 스토리를 갖게 되었다. 각자 약간은 다른 방식으로 우리 모두 그 보상을 얻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마도 어쩌면 팀장에서 상무로 승진한 내가 가장 큰 보상을 얻었을 지도 모른다. 어쨌든 임원이 됐으니 말이다. 감사한 일이다.
해당 조직을 맡은 후 3년을 매 순간 엄청 열심히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더 나은 성과를 거두고 남들이 이루지 못했던 것을 이루었는데, 그 과정에 많은 스트레스도 받았고, 모두 내 맘 같지 않다는 생각도 했고, 열심히 하는 누구는 믿음직했지만, 그렇지 못한 직원들도 물론 있었다. 그 직원들 때문에 힘들어 했던 적도 많고, 직원들을 모두 품고 가지 못하는 내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다. 아무리 말해줘도 못 알아듣는 직원에게 화가 난 적도 있다.
하지만 어느새 시간이 흘러 나도 그들도 서로 다른 회사로 옮기고 다른 업무를 하게 되었다. 내가 떠나면서 하나 둘씩 그 조직을 떠나게 된 것 같다. 가끔 만나면 그들은 내게 이렇게 말한다. “상무님하고 일하던 그때 너무 힘들었어요. 근데 힘들면서도 가장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제 이력서에 대부분은 그때 우리가 이룬 것들이예요.”
우리는 아주 가끔 만나서 우리가 했던 우리 스스로가 자랑스러워 하는 그 때에 대해 얘기한다. 그건 우리가 원팀으로 만들어 낸 히스토리이자, 각자가 이력서에 당당하게 써내는 성취이며, 현재의 자리에서 자신감을 갖고 전문가로서 일하게 하는 밑바탕이다.
리더의 행복은 직원의 성장
내가 맡았던 조직의 성취 히스토리와 함께 우리가 이룬 것을 함께 얘기하며 즐거워할 직원들을 늘려 나가는 것이 나의 즐거움이자 기쁨이다. 누군가는 그게 뭐 대수냐 할지 모르겠지만, 함께 했던 순간의 힘들었던 일은 우리를 하나로 만들고, 우리가 열정을 다해 이룬 어떤 것들은 우리를 자랑스럽게 한다. 그리고 그런 과정들은 우리를 사회 속에서 같은 조직을 떠나 다른 길을 걷는 순간에도 우리를 단단하게 묶는 동아줄 역할을 한다. 1~2년만에 한번 만나더라도 끈끈하게 얘기할 수 있는 동지가 되게 한다.
리더로서 어떤 과업을 성취한 것보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이 성장한 것에 의미를 둘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내리 사랑이라는 말은 부모 자식간에 뿐 아니라 리더와 직원 사이에도 있는 말이다. 물론 모든 리더가 그렇지는 않다.
그렇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런 리더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직원들을 행동하게 하고, 더 배우게 하고, 성장하게 하는 그런 리더가 되려고 노력한다. 가끔 그것이 원하지 않는 직원을 일하게 하는 것이더라도.
리더인 당신에게 남는 것은 결국 그 사람들이다
무엇인가를 이루고 싶다면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라. 하지만 그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사실 별것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도착지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렇게 얻어지는 결과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이루기 위해 힘겹게 걷고 달리던 그 ‘시간’과 그 시간 동안 함께 한 ‘사람들’이다. 그러니 그 과정에서 서로 울고 웃고 노력하고 애쓰는 그 시간을 소중히 하라.
그 여정을 함께 한 그 사람들과 마지막 도착지에서 함께 웃을 수 있게 하라. 그리고 힘들더라도 목적을 이루는 그 과정에서 서로 상처주거나 힘들게 하지 마라. 당신에게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결국 그 사람들이다.
